미스 머니페니(Miss Moneypenny)는 제임스 본드의 상관 M의 오피스에 근무하는 여비서다. 머니페니는 007 시리즈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 고정 캐릭터 중 하나다.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에서 처음으로 머니페니 역을 맡은 배우는 캐나다 여배우 로이스 맥스웰(Lois Maxwell)’.
로이스 맥스웰(1927~2007)은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부터 14탄 ‘뷰투어킬(A View to a Kill)’까지 14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한 편도 거르지 않고 빠짐없이 출연했다. 14편의 007 시리즈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연속으로 모두 출연한 배우는 맥스웰이 유일하다.
맥스웰이 007 시리즈 1탄부터 14탄까지 연속으로 빠짐없이 출연하는 사이 제임스 본드는 숀 코네리(Sean Connery),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 로저 무어(Roger Moore)로 교체되었으며, 본드의 상관 M 역도 버나드 리(Bernard Lee)에서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으로 교체되는 변화가 있었지만, M의 오피스에서 본드를 반갑게 맞아주는 여비서의 얼굴은 23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 대본을 받아 본 로이스 맥스웰은 M의 여비서 머니페니와 카지노에서 만나 본드(숀 코네리)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실비아 트렌치 역 중에서 머니페니를 선택했다. ‘하의실종’ 차림으로 본드와 키스를 나누는 캐릭터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이렇게 해서 맥스웰은 M의 여비서 미스 머니페니가 되었고, 실비사 트렌치 역은 영국 여배우 유니스 게이슨(Eunice Gayson)에게 돌아갔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머니페니 역을 맡은 로이스 맥스웰에 대단히 만족해 했다. 플레밍은 맥스웰에게 “내가 소설을 쓸 때 키가 크고 우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키스하고픈 입술을 가진 여성을 머릿 속에서 그리며 머니페니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당신이 바로 그렇소”라고 말했다.
맥스웰은 007 시리즈 14탄 ‘뷰투어킬’을 마지막으로 로저 무어와 함께 007 시리즈를 떠났다. 맥스웰에 의하면,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가 직접 전화를 걸어 머니페니 역을 교체하게 됐음을 알렸다고 한다. 20년이 넘도록 함께 한 애배우를 떠나보내게 됐는데 맥스웰이 신문 기사를 통해 ‘해고’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상할까봐 배려한 것이라고.
하지만 맥스웰 또한 머니페니 역을 더이상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 80년대 중반 당시 맥스웰도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였는데, 젊은 영화배우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으로 교체된 새로운 제임스 본드에 애교를 부리며 농담을 주고받는 게 거북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자 맥스웰은 머니페니 대신 M 역을 맡고 싶어 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당시 007 제작진이 관객들이 여성 M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