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007′이라는 넘버와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제임스 본드는 언제 누구에 의해 탄생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제임스 본드’라고 하면 007 영화 시리즈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영화 이전에 소설로 먼저 시작했다.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인물은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 1908~1964). 플레밍이 1953년 발표한 스파이 소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세상에 소개한 첫 번째 작품이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 훤칠한 키에 핸썸한 얼굴의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한 플레밍의 액션 어드벤쳐 소설은 시리즈화 되면서 상당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전직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1917~1963)까지 007 소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 탑10 리스트에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영화화는 순조롭지 않았다. 플레밍은 여러 차례 그의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를 TV 또는 빅 스크린용 영화로 옮기려 했으나 이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 법정분쟁 등을 거치던 제임스 본드 영화 프로젝트는 마침내 1962년 미국의 영화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와 캐나다 영화 프로듀서 해리 살츠맨(Harry Saltzman)에 의해 결실을 맺게 됐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가 완성된 것이다.

왼쪽부터: 이언 플레밍, 해리 살츠맨, 알버트 R 브로콜리

이들이 제작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는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닥터 노(Dr. No)’였다. 당초 계획은 플레밍이 다른 영화 프로듀서,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와 함께 영화 제작 목적으로 준비했던 ‘썬더볼(Thunderball)’을 첫 번째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었으나 플레밍이 법정분쟁에 휘말리자 ‘썬더볼’을 포기하고 플레밍의 소설 ‘닥터 노’를 영화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계속 나오고 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가 시작됐다.

‘닥터 노’에서 최초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스코틀랜드 배우 숀 코네리는 스타덤에 올랐고, 007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스파이 붐’을 일으켰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성공 여파로 스파이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TV 시리즈 등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007 시리즈는 스파이 액션 어드벤쳐 영화의 틀을 완성시켰으며, ‘제임스 본드’라는 영화 쟝르까지 만들었다. 핸썸한 남자 스파이, 섹시한 여자들, 고급 스포츠카,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로케이션, 신출귀몰한 특수장비들, 그리고 엄청난 야욕에 불타는 악당 등 첩보 + 군사작전 + 코믹북 수퍼히어로 등을 혼합한 듯한 007 시리즈 포뮬라는 영화의 한 쟝르로 평가받고 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이후에 제작된 수많은 액션 어드벤쳐 영화들 중 ‘제임스 본드’ 쟝르에 해당하는 영화들도 상당히 많다. 그 중엔 노골적으로 007 시리즈를 모방한 영화들도 있으며, 겉으로는 “007 시리즈와는 다르다”면서 차별화를 주장하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은 ‘제임스 본드’ 쟝르인 영화들도 많이 눈에 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인기가 치솟자 다양한 콜렉티블들도 쏟아져나왔다. 완구, 액션피겨, 다이캐스트 모델 등에서부터 컴퓨터, 자동차 등 만만치 않은 가격대의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007 시리즈 관련 콜렉티블들이 발매됐다. 60년대에 생산된 빈티지 콜렉티블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입이 벌어질 정도의 고가에 종종 거래되곤 한다.

다양한 기념품과 콜렉티블 뿐만 아니라 나중엔 팬클럽까지 생겼다.



요새도 전세계 본드팬들은 인터넷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몇 해 전 미국의 연예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가 뽑은 ‘베스트 팬 사이트’ 순위에 제임스 본드가 9위에 오른 바 있다. 제임스 본드 팬 사이트는 영문 사이트가 가장 많지만 프랑스어, 독일어, 스웨덴어, 러시아어로 된 팬 사이트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제임스 본드는 다양한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플레밍의 소설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영화 시리즈 모두 남녀노소 모두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만한 작품들인 까닭이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지금과 같은 장수 시리즈로 만든 원동력이 단지 소설과 영화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임스 본드 캐릭터다.

훤칠하고 핸썸한 용모에 매너가 좋은 젠틀맨 모험가인 제임스 본드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다. 그런데 본드팬은 대부분이 남성이다. 남성 팬들이 많은 이유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본드걸’, ‘본드카’, ‘가젯’ 등인데, 이 모두가 남성들이 모두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들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여자, 자동차, 첨단장비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가! 그러므로 눈부신 미녀를 고급 스포츠카에 태우고 풍요로운 삶을 즐기면서 여러 가지 위험한 모험을 즐기는 제임스 본드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동경할 만한 캐릭터다. 한마디로 말해,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남성용 판타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은 남성 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라이프스타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많은 사람들은 ‘플레이보이’라고 하면 ‘여자 모델들의 누드 화보’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만, 플레이보이 매거진은 스타일리쉬한 젠틀맨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성들을 위한 매거진이다. 누드 화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007 시리즈에 수많은 섹시 여배우들이 출연했다고 해서 본드걸이 007 시리즈의 전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플레이보이 매거진과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과 플레이보이 라이프스타일이 서로 많이 겹칠 뿐만 아니라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이 플레이보이 매거진에 연재되기도 했고, 007 시리즈에 본드걸로 출연했던 여배우들의 누드 화보가 자주 실렸으며,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할 때에 맞춰 제임스 본드 스페셜 이슈를 선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 영화에도 플레이보이 매거진이 등장한 바 있다.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선 1969년 플레이보이 매거진이 영화에 나왔으며,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엔 제임스 본드의 지갑에 플레이보이 클럽 멤버쉽 카드가 들어있는 씬이 나온다.



본드팬들 중엔 어렸을 적에 부모를 따라 극장에 가서 무심결에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본 이후부터 007 시리즈에 빠져들기 시작해 성인이 되면서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에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제임스 본드 소설과 영화 시리즈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도 매우 중요시 한다. 어느덧 제임스 본드는 대다수의 남성들이 한 번쯤 돼보고 싶어 하는 캐릭터가 되었으므로 많은 남성들은 제임스 본드가 마신 술, 입은 옷과 구두, 시계, 자동차, 기타 등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모두들 제임스 본드처럼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싶어해서다.

이는 단지 일반 영화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영화인들 중에도 열혈 본드팬들이 여럿 된다. 이들은 어렸을 적에 제임스 본드 영화를 처음으로 접한 이후부터 007 시리즈의 세계에 빠진 케이스이며, 영화인이 된 이후에 제임스 본드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보려고 시도한 인물도 있다. 그러나 007 영화 연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그는 제임스 본드를 대신할 또다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물론 그의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엔 제임스 본드 오마쥬도 빠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이 새로 창조한 캐릭터의 아버지 역할을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배우에게 맡기기도 했다. 제임스 본드에서 영감을 얻어 창조한 캐릭터인 만큼 그의 아버지를 제임스 본드(?)로 만든 것이다. 이 헐리우드 영화인은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임스 본드가 애용하는 자동차 아스톤 마틴(Aston Martin)을 구입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 헐리우드 영화인는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다. 스필버그가 제임스 본드를 기초로 새로 창조한 캐릭터는 바로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1989년작 ‘인디아나 존스 3′에서 제임스 본드 스타, 숀 코네리가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는 스필버그의 SF 영화 ‘클로스 엔카운터(The 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의 사운드트랙을 007 시리즈 11탄 ‘문레이커(Moonraker)’에 사용했고, 스필버그는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을 그의 패밀리 어드벤쳐 영화 ‘구니스(The Goonies)’에 사용했다.

사운드트랙?

007 시리즈는 너무나도 유명한 제임스 본드 테마와 주옥같은 주제곡들로 유명하다. 제임스 본드 테마는 미국의 칼리지 풋볼 경기에서 밴드들이 응원가 중 하나로 즐겨 연주하기도 하며, 주옥같은 주제곡들은 여러 다른 뮤지션들에 의해 리바이벌되기도 했다. 전 비틀스(The Beatles) 멤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불렀던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주제곡은 지난 90년대에 미국의 록그룹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으며, 2000년대 초반엔 폴 매카트니가 미국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NFL 수퍼보울(Super Bowl) 경기 해프타임쇼에서 직접 이 곡을 열창하기도 했다.

또한, 아카데미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는 지난 90년대 미국의 수퍼마켓 체인점 세이프웨이(Safeway)의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시 세이프웨이의 슬로건은 “Nobody Does It Better than Safeway”였다.

그렇다. 제임스 본드 007은 서점, 극장, 무비 스토어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제임스 본드 007의 세계다.

007ZONE.COM은 앞으로 이러한 제임스 본드 007의 세계를 소개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