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에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M이다.

M은 제임스 본드가 소속된 영국 정보부 MI6의 수장으로, 매번 제임스 본드를 그의 오피스로 불러 본드가 맡게 될 새로운 미션에 대한 브리핑을 한다.

실제 MI6의 국장은 C로 불리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쓴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그의 소설에서 MI6 국장을 C가 아닌 M으로 칭했다.

해군 제독 출신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MI6 국장 M은 실제 MI6/SIS 초대 국장인 맨스필드 스미스-커밍(Mansfield Smith-Cumming)과 유사한 점이 있다. 또한, 플레밍은 그가 2차대전 당시 해군 정보부에서 근무할 당시 상관이었던 해군 제독 존 가드프리(John Henry Godfrey)를 M의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읜 플레밍에게 해군 제독 존 가드프리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M은 허구상의 캐릭터이지만, 실존했던 인물들을 모델로 삼아 플레밍이 창조해낸 캐릭터이다.

◀ 해군 제독 존 가드프리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MI6 국장 M의 본명은 마일스 미서비(Miles Messervey). 그의 이름을 보면 그가 왜 M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플레밍은 차가운 파란 눈을 가진 해군 제독 출신 M을 소설 ‘문레이커(Moonraker)’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Dark grey suit stiff white collar, the favourite dark blue bow-tie with spots, rather loosely tied, the thin black cord of the rimless eyeglass that M seemed only to use to read menus, the keen sailor’s face, with clear, sharp sailor’s eyes.” – from ‘Moonraker’

007 영화 시리즈에서 M 역을 맡은 첫 번째 배우는 영국배우 버나드 리(Bernard Lee). 제임스 본드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과 같은 해인 1908년에 태어난 버나드 리는 1962년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부터 1979년 11탄 ‘문레이커(Moonraker)’까지 11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M으로 출연했다. 버나드 리는 17년간 11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면서 숀 코네리(Sean Connery),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 로저 무어(Roger Moore) 등 세 명의 제임스 본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버나드 리는 차갑고 사무적인 듯 하면서도 위트와 유머가 번뜩이고, 때로는 아버지와 같은 인자한 모습도 보이는 M을 연기했다. M 앞에서는 꼼짝 못하면서도 가끔씩 뺀질거리는(?) 제임스 본드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본드의 주장에 의구심을 보이면 007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며 본드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버나드 리는 007 시리즈 최고의 M으로 불린다.

'닥터 노 (Dr. No - 1962)'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 1963)'

'골드핑거 (Goldfinger - 1964)'

'썬더볼 (Thunderball - 1965)'

'두 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 - 1967)'

'여왕폐하의 007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 1969)'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 1971)'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 1973)'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 1974)'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 1977)'

'문레이커 (Moonraker - 1979)'

버나드 리는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도 M으로 출연할 계획이었으나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1981년 버나드 리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007 제작진은 버나드 리가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새로운 배우로 M을 교체하지 않고 ‘M이 휴가중’인 것으로 넘어갔다. M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휴가중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유어 아이스 온리’는 전체 007 시리즈 중 M이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영화가 되었다.

M/버나드 리의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1974년작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에서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가 M에게 도대체 누가 1백만 달러를 내고 자신을 죽이려 하겠냐고 묻자 M이 말하길…

“Jealous husbands, outraged chefs, humiliated tailors… The list is endless!!!”

그러자 본드의 표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