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가 거의 항상 지키는 진행 순서가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건 배럴 씬 → 프리 타이틀 씬 → 메인 타이틀 씬으로 이어지는 순서다.

우선 건 배럴 씬은 무엇이며, 프리 타이틀, 메인 타이틀 씬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용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건 배럴 씬(Gun Barrel Scene)이란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가 흐르면서 제임스 본드가 중앙의 원으로 걸어나와 총을 쏘는 007 시리즈를 상징하는 씬을 뜻한다. 이 씬을 건 배럴 씬이라 부르는 이유는 원통 모양의 총열(건 배럴)을 통해 본 시점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가 걸어나오는 중앙의 원은 총구이고, 총구 밖의 나선형 곡선들은 총열 내부의 모습이다. 타이틀 디자이너 모리스 빈더(Maurice Binder – 1925~1991)에 의해 만들어진 건 배럴 씬은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부터 모든 오피셜 007 시리즈에 빠짐없이 나온다.

건 배럴 씬은 007 시리즈 1탄부터 20탄까지는 영화의 오프닝 씬으로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가장 먼저 나왔으나, 2006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은 건 배럴 씬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007 시리즈 건배럴 씬

프리 타이틀 씬(Pre-Title Scene)은 건 배럴 씬과 메인 타이틀 씬(Main Title Scene) 사이에 나오는 씬을 뜻한다. 프리 타이틀 씬은 평균 5분 내외로 짧으며, 메인 플롯과 관련이 있는 내용인 경우도 있지만 전혀 무관한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나온 오피셜 007 시리즈중 프리 타이틀 씬이 가장 긴 영화는 19탄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다. ‘언리미티드’의 프리 타이틀 씬은 다른 007 시리즈의 것보다 훨씬 긴 14분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오피셜 007 시리즈 중 프리 타이틀 씬이 없었던 영화는 1탄 ‘닥터 노’가 유일하다. ‘닥터 노’는 건 배럴 씬으로 시작해서 바로 메인 타이틀 씬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나머지 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들은 프리 타이틀 씬 → 메인 타이틀 씬 순서를 항상 지켰다. 건 배럴 씬 위치를 변경시켰던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도 프리 타이틀 씬 → 메인 타이틀 씬 순서 만큼은 그대로 유지했다.

007 시리즈 프리 타이틀 씬

마지막으로, 메인 타이틀 씬(Main Title Scene)은 영화의 제목과 함께 주제곡이 흐르는 씬을 뜻한다. 메인 타이틀 씬은 프리 타이틀 씬과 연결되며,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오피셜 007 시리즈에 빠짐없이 나왔다.

메인 타이틀 씬은 영화의 주제곡이 흐르면서 여성 댄서들이 여럿 등장하는 등 뮤직 비디오 분위기가 나지만, 실제로 주제곡을 부른 가수가 등장한 적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없다. 메인 타이틀 씬에 유일하게 등장했던 가수는 007 시리즈 12탄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주제곡을 부른 영국 여가수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이다. 메인 타이틀을 디자인한 모리스 빈더는 이스턴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며,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도 이스턴을 메인 타이틀 씬에 등장시키는 것에 찬성했다.

007 시리즈 메인 타이틀 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