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팬’으로 유명한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지난 70년대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로부터 007 시리즈 연출자 자리를 두 번 퇴짜맞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링컨(Lincoln)’ 홍보차 인도를 찾은 스필버그 감독이 인도 영화배우 아미탑 바찬(Amitabh Bachchan)과의 인터뷰에서 007 시리즈 연출을 원했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로부터 퇴짜를 맞았던 일화를 소개했다고 쇼비즈 411(Showbiz 411이 전했다.

스필버그가 007 시리즈 연출을 원한다며 커비 브로콜리에 처음 연락한 건 영화 ‘죠스(Jaws/1975)’가 나온 직후였다. 그러나 브로콜리는 스필버그가 아직 007 시리즈를 맡을 만큼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며 퇴짜를 놨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영화 ‘죠스’가 빅히트를 쳤으니 007 시리즈 프로듀서의 마음을 샀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커비 브로콜리에 전화를 걸어 “다음 번 제임스 본드 영화 연출을 맡고 싶다”고 했으나 브로콜리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만약 우리가 물에서 벌어지는 007 영화를 만들게 되면 그 때 가서 연락하겠다”며 퇴짜를 놨다고.

스필버그의 두 번째 기회는 ‘클로스 인카운터(Close Encounter/1977)’가 나온 직후에 왔다고 한다. 커비 브로콜리가 ‘클로스 인카운터’에 나왔던 5 노트의 ‘와일드 시그널스(Wild Signals)’를 당시 제작 중이었던 ‘문레이커(Moonraker/1979)’에 사용하고 싶다며 스필버그에 전화를 했다는 것. 그러자 스필버그는 바로 승낙한 뒤 혹시 007 시리즈에 자리가 없냐고 다시 물었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죠스’와 ‘클로스 인카운터’가 연속으로 히트했으며 두 편 모두 아카데미 노미네이션까지 받았다면서 브로콜리를 설득했다. 그러나 브로콜리는 후보에만 올랐을 뿐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또 퇴짜를 놨다고 한다.

80년대 중반 스필버그 감독이 또 007 시리즈 프로듀서 커비 브로콜리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영화 ‘구니스(The Goonies/1985)’에 제임스 본드 테마곡(James Bond Theme)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브로콜리는 이것까지 “NO”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스필버그는 지난 70년대 말에 ‘클로스 인카운터의 5 노트 사운드를 ‘문레이커’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적이 있음을 상기시켰으나 브로콜리는 “클로스 인카운터 사운드는 5 노트였지만 제임스 본드 테마는 7 노트”라면서 거부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농담이었으며, 브로콜리는 스필버그가 영화 ‘구니스’에 제임스 본드 테마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스필버그는 그가 영화인으로써 아무리 성공을 했더라도 007 시리즈 연출 기회를 주지 않았던 커비 브로콜리로부터 제임스 본드 테마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을’위로 선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 연출을 맡았던 영국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가 ‘본드24(임시제목)’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현재 ‘본드24′ 연출자 자리가 비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