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공개된 ‘골드핑거(Goldfinger)’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포뮬라를 완성시킨 획기적인 영화로 불린다. ‘골드핑거’ 이후에 제작된 모든 007 시리즈가 ‘골드핑거’를 모델로 삼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964년작 ‘골드핑거’는 007 시리즈에 엄청난 영향을 준 영화다. ‘골드핑거’는 007 시리즈의 블루프린트 격인 영화로 불린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1959년 공개한 제임스 본드 소설 ‘골드핑거’를 기초로 한 영화 ‘골드핑거’는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중요한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그 이유는 가젯, 본드카, 본드걸, 악당 보스와 부하 헨치맨, 익사이팅한 액션, 아름다운 절경의 로케이션, 유머 등 007 시리즈에 거의 빠지지 않고 매번 등장하는 전통적인 구성 요소들이 ‘골드핑거’에서 모두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골드핑거’는 이후의 007 시리즈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주요 구성 요소들이 모두 갖춰진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007 시리즈 3탄 ‘골드핑거’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미국인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와 캐나다인 프로듀서 해리 살츠맨(Harry Saltzman)이 제작을 맡았다. 그러나 연출은 ‘닥터 노’와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를 연속으로 맡았던 테렌스 영(Terence Young)이 떠나고 새로운 영국 영화감독 가이 해밀튼(Guy Hamilton)이 007 메가폰을 넘겨받았다. ‘골드핑거’는 가이 해밀턴이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스크린플레이는 007 시리즈 베테랑 리처드 메이밤(Richard Maibaum), 편집은 피터 헌트(Peter Hunt), 촬영은 테드 무어(Ted Moore), 프로덕션 디자인은 켄 애덤(Ken Adam), 음악과 주제곡 작곡은 존 배리(John Barry)가 각각 담당했다.

‘골드핑거’는 가수가 부른 주제곡이 메인 타이틀 씬에 사용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닥터 노(Dr. No)’는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가 전부였으며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의 메인 타이틀 씬엔 인스트루멘탈 버전이 사용되었던 반면 ‘골드핑거’에선 가수가 부른 보컬 곡이 메인 타이틀 씬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골드핑거’는 가수가 부른 주제곡을 메인 타이틀 씬에 사용하는 007 시리즈의 오랜 전통을 시작한 영화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 뿐만 아닌 주제곡에도 높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한 영화로도 평가 받고있다.

‘골드핑거’의 주제곡은 영국 여가수 셜리 배시(Shirley Bassey)가 불렀다. 조지 마틴(George Martin)이 프로듀싱을 맡고, 레슬리 브리커스(Leslie Bricusse), 앤토니 뉼리(Anthony Newley)가 작사에 존 배리 작곡, 셜리 배시가 부른 ‘골드핑거’ 주제곡은 미국 빌보드 100 싱글 챠트 8위에 랭크되는 등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셜리 배시가 부른 주제곡 ‘골드핑거’는 가장 널리 알려진 007 시리즈 주제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은 007 시리즈로 세계적인 영화 스타가 된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돌아왔다. ‘골드핑거’는 코네리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골드핑거’는 코네리가 수퍼 스파이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완성시킨 영화로 불린다.

미국의 포트 녹스(Fort Knox)를 털려는 음모 ‘오퍼레이션 그랜드 슬램(Operation Grand Slam)’을 꾸미는 악당 어릭 골드핑거(Auric Goldfinger) 역은 독일 영화배우 거트 프뢰베(Gert Fröbe)가 맡았다. 그러나 프뢰베의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았던 관계로 그의 음성은 모두 영국 성우에 의해 더빙되었다. 골드핑거 일당에게 붙잡힌 본드가 심문을 받던 도중 “You expect me to talk?”이라고 묻자 골드핑거가 얼굴을 씰룩이면서 “No, Mr. Bond. I expect you to DIE!”라고 쏘아붙이는 씬은 007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장면/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골드핑거의 기사 겸 골프 캐디이자 중절모를 집어던지는 체격 좋은 킬러이기도 한 한국인 헨치맨 오드잡(Oddjob) 역은 하와이 태생 일본계 미국인 프로 레슬러 해롤드 사카타(Harold Sakata)가 맡았다. ‘골드핑거’의 오드잡은 가장 유명한 007 시리즈 헨치맨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골드핑거는 007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악당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리딩 본드걸, 푸씨 갈로어(Pussy Galore) 역은 영국 여배우 오너 블랙맨(Honor Blackman)이 맡았다. 골드핑거와 동업자 관계인 파일럿 겸 갱스터 푸씨 갈로어는 가장 멋진 이름을 가진 본드걸로 꼽힌다. 비행기 내부에서 본드를 처음 만난 푸씨 갈로어가 “My name is Pussy Galore.”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본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I must be dreaming…”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씬은 유명한다.

‘골드핑거’엔 푸씨 갈로어 이외로 여러 명의 본드걸이 등장한다. 전신에 금색 페인트가 칠해진 채 침대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씬으로 유명한 질 매스터슨(Jill Masterson) 역은 영국 여배우 셜리 이튼(Shirley Eaton)이 맡았으며, 언니(질 매스터슨)의 복수를 위해 골드핑거를 죽이려 하는 틸리 매스터슨(Tilly Masterson) 역은 영국 영화배우 타니아 맬럿(Tania Mallet)이 맡았다. 또한, 프리-타이틀 씬에 등장하는 댄서 보니타(Bonita) 역은 세르비아 여배우 나디아 레긴(Nadja Regin)이 맡았다. 나디아 레긴은 007 시리즈 2탄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에 케림 베이의 애인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푸씨 갈로어가 이끄는 비행 서커스단, ‘Pussy Galore’s Flying Circus’는 전원이 여성 파일럿으로 결성되었다. ‘골드핑거’의 여성 비행 서커스단은 대사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본드걸이 단체로 등장한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MI6 오피스 팀엔 변동이 없었다. 본드의 상관 M 역은 버나드 리(Bernard Lee), 언제나 오피스에서 본드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비서 머니페니 역은 로이스 맥스웰(Lois Maxwell), 본드에게 항상 신출귀몰한 가젯을 제공하는 Q 역은 데스몬드 류웰린(Desmond Llewellyn)이 각각 맡았다. 그러나 본드의 절친이자 CIA 오피서, 필릭스 라이터(Felix Leiter)는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닥터 노’에선 잭 로드(Jack Lord)가 라이터 역을 맡았으나 ‘골드핑거’에선 세실 린더(Cecil Linder)가 필릭스 라이터로 출연했다.

영화 ‘골드핑거’에서 악당과 본드걸 못지 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본드카이다. 제임스 본드의 자동차로 유명한 영국 럭져리 스포츠카 회사, 아스톤 마틴(Aston Martin)의 자동차가 007 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가 ‘골드핑거’이다. ‘골드핑거’는 은색의 아스톤 마틴 DB5가 등장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골드핑거’의 아스톤 마틴 DB5는 여러 가지 특수장치가 탑재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스톤 마틴 DB5는 머신건, 방탄 쉴드, 옆에 있는 자동차의 타이어를 찢어놓는 타이어 슬래셔(Tire Slasher), 연막, 추격하는 자동차를 미끌어지게 하는 오일 슬릭(Oil Slick) 등 여러 가지 특수장치들로 무장한 본드카이다.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유명한 것은 이젝터 시트(Ejector Seat). 이젝터 시트는 자동차 지붕의 일부가 열리고 옆좌석이 자동차 밖으로 튕겨나가도록 하는 장치다. 특수장비 담당 Q(데스몬드 류웰린)로부터 아스톤 마틴 DB5의 이젝터 시트에 대한 설명을 들은 본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Ejector seat! You must be joking!”이라고 말하자 Q의 표정이 달라지면서 “I never joke about my work, 007!”이라고 쏘아붙이는 씬은 007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장면/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골드핑거’는 Q의 연구실이 등장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닥터 노’와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에선 Q가 가젯을 들고 M의 오피스로 와서 본드에게 전달했으나 ‘골드핑거’에선 Q 섹션이 여러 가젯을 제작하는 연구실의 모습이 처음으로 영화에 등장했다.

촬영은 영국과 스위스 등지에서 이뤄졌다. 영화엔 미국의 마이애미와 포트 녹스 등이 등장하지만 숀 코네리가 등장하는 씬은 모두 영국에서 촬영했다. 본드가 골드핑거를 처음 만나는 마이애미 파운틴블루 호텔(Fountainbleau Hotel) 씬은 영국 파인우드 세트에서 촬영했으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포트 녹스 씬 역시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 근처에 지은 세트에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