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 중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는 ‘썬더볼(Thunderball)’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1961년 ‘썬더볼’이라는 제목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공개하면서다. 50년대 말 이언 플레밍과 함께 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영화 프로듀서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와 스크린라이터 잭 위팅햄(Jack Whittingham)이 플레밍을 상대로 표절 소송을 낸 것이다. 영화 프로젝트 준비 당시 맥클로리, 위팅햄 등과 함께 만들었던 스크린플레이의 내용을 플레밍이 허가 없이 소설에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플레밍은 ‘썬더볼’ 소설에 “Based on the screen treatment by Kevin McClory, Jack Whittingham, and Ian Fleming”이라는 크레딧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으며, ‘썬더볼’에 등장하는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와 스펙터 보스 블로펠드(Blofeld)에 대한 영화 제작권은 맥클로리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1961년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 제작권을 인수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와 해리 살츠맨(Harry Saltzman)은 ‘썬더볼’을 그들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플레밍과 맥클로리 간의 법정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계획을 바꿔 ‘닥터 노(Dr. No)’를 첫 번째 영화로 선정했다.

그러나 브로콜리와 살츠맨의 EON 프로덕션과 케빈 맥클로리가 공동으로 ‘썬더볼’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합의를 보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썬더볼’이 빅 스크린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연출은 ‘닥터 노(Dr. No)’,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를 연출했던 영화감독 테렌스 영(Terence Young)이 맡았으며, 스크린플레이는 007 시리즈 베테랑 리처드 메이밤(Richard Maibaum), 촬영은 테드 무어(Ted Moore), 편집은 피터 헌트(Peter Hunt), 프로덕션 디자인은 켄 애덤(Ken Adam)이 각각 담당했다.

‘썬더볼’은 와이드스크린 파나비젼으로 촬영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음악은 007 시리즈 베테랑 존 배리(John Barry)가 스코어와 주제곡 작곡을 맡았다. 존 배리는 ‘키스 키스 뱅 뱅(Kiss Kiss Bang Bang)’을 ‘썬더볼’의 주제곡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며, ‘골드핑거(Goldfinger)’ 주제곡을 불렀던 셜리 배시(Shirley Bassey)에게 보컬을 다시 맡길 생각이었다. 이후 배리는 미국 여가수 디온 워윅(Dionne Warwick)과도 녹음을 마쳤으나 영화사 측이 주제곡에 영화의 제목이 나오길 요구하자 작사가 돈 블랙(Don Black)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곡 ‘썬더볼’을 작곡했다. 톰 존스(Tom Jones)가 부른 ‘썬더볼’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톰 존스가 부른 ‘썬더볼’은 당시 미국 빌보드 탑 100 싱글 챠트 25위에 올랐다.

제임스 본드 역은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맡았다. ‘썬더볼’은 코네리의 네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나토(NATO)의 핵 탑재 벌칸(Vulcan) 폭격기를 납치하는 스펙터의 작전을 지휘하는 스펙터 넘버 2 에밀리오 라고 역은 이탈리아 배우 아돌포 첼리(Alolfo Celi)가 맡았으며, 납치된 벌칸 폭격기 조종사(폴 스타시노)의 여동생이자 리딩 본드걸, 도미노 역은 프랑스 여배우 클라우딘 오제(Claudine Auger)가 맡았다. 또한, 스펙터의 차갑고 섹시한 여성 요원 피오나 볼페 역은 이탈리안 여배우 루씨아나 팔루지(Luciana Paluzzi)가 맡았으며, 마틴 베스윅(Martine Beswick)은 바하마에서 본드를 도와주는 폴라 역으로 출연했다. 마틴 베스윅은 1963년 영화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에 결투를 벌이는 집시 여성으로 출연한 바 있다.

MI6 오피스 팀엔 변동이 없었다. 본드의 상관 M 역은 버나드 리(Bernard Lee), 언제나 오피스에서 본드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비서 머니페니 역은 로이스 맥스웰(Lois Maxwell), 본드에게 항상 신출귀몰한 가젯을 제공하는 Q 역은 데스몬드 류웰린(Desmond Llewellyn)이 각각 맡았다. 그러나 본드의 절친이자 CIA 오피서, 필릭스 라이터(Felix Leiter)는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지난 ‘골드핑거’에선 세실 린더(Cecil Linder)가 필릭스 라이터로 출연했으나 ‘썬더볼’에선 릭 반 너터(Rik Van Nutter)가 새로운 필릭스 라이터가 되었다.

한가지 새로운 점이 있다면, 항상 본부에서 근무하던 Q가 ‘썬더볼’에선 본드를 따라 바하마에 간다는 점. ‘썬더볼’은 본부가 아닌 임시로 마련된 다른 장소에서 Q가 본드에게 가젯을 전달하는 첫 번째 영화다.

‘썬더볼’에도 가젯이 풍부하게 등장했다. ‘골드핑거’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본드카’ 아스톤 마틴 DB5도 ‘썬더볼’의 프리-타이틀 씬으로 돌아왔으며, 씨거 사이즈의 소형 수중 호흡기(Rebreather), 본드의 위치를 추적하게 해주는 호밍 캡슐 등이 등장했다.

‘썬더볼’은 프랑스와 바하마에서 주로 촬영했다. 프리-타이틀 씬은 프랑스의 샤투 다네(Château d’Anet)에서 촬영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씬은 바하마에서 촬영했다. 바하마에서 상당량을 촬영한 만큼 해변, 수중 씬이 많았으며, 클라이맥스 씬은 미군 잠수부대와 스펙터 잠수부들이 수중에서 벌이는 스펙터클한 대규모 배틀로 장식했다. ‘썬더볼’은 바다를 주 배경으로 삼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또한, ‘썬더볼’은 상어들이 등장한 영화로 기억 되고있다. ‘썬더볼’엔 상어를 수영장에서 키우는 저택이 등장하는 등 상어가 나오는 씬이 많았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으나 상어가 등장하는 씬을 촬영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