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공개된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는 다섯 번째로 제작된 제임스 본드 시리즈다.

007 시리즈를 제작하는 EON 프로덕션은 1962년작 ‘닥터 노(Dr. No)’부터 1965년작 ‘썬더볼(Thunderball)’까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를 공개했으나 ‘두 번 산다’부턴 격년제로 스케쥴을 바꿨다.

60년대 중반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였지만 주연배우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제임스 본드 연기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네리는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 해리 살츠맨(Harry Saltzman)과 크고 작은 트러블을 빚으며 사이가 멀어졌고,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숨돌릴 틈 없는 촬영 스케쥴과 세계 언론의 과열된 관심 등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한, 코네리는 ‘제임스 본드 배우’로 이미지가 영원히 굳는 문제 역시 염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섯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두 번 산다’가 제작에 들어갔다.

‘두 번 산다’는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 생전에 출간된 마지막 제임스 본드 소설을 기초로 삼았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는 플레밍의 1964년 소설과 크게 차이가 났다.

플레밍의 소설 ‘두 번 산다’는 1961년작 ‘썬더볼(Thunderball)’로 시작한 ‘블로펠드 트릴로지(Blofeld Trilogy)’의 마지막 3탄이었으며, 1963년 출간된 ‘블로펠드 트릴로지’ 2탄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 블로펠드에게 아내를 살해당한 본드가 일본에 은거 중이던 블로펠드를 찾아가 트레이시의 복수를 한 뒤 머리를 다치며 기억을 잃는다는 줄거리였다.

그러나 영화 버전은 몇몇 등장 캐릭터 이름과 일본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곤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영화 ‘두 번 산다’는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일본의 화산에 비밀 지하기지를 건설한 뒤 미국과 소련의 우주선을 납치하면서 제 3차대전으로 유도한다는 완전히 다른 줄거리로 바뀌었다.

‘두 번 산다’의 연출은 영국 영화감독 루이스 길버트(Lewis Gilbert)가 맡았다. ‘두 번 산다’는 루이스 길버트가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감독에 이어 작가에도 변화가 왔다. 각색은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 리처드 메이밤(Richard Maibaum)이 아닌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Roald Dahl)이 맡았다.

촬영감독과 편집자도 바뀌었다. 촬영 감독은 007 시리즈 베테랑 테드 무어(Ted Moore)가 빠지고 프레디 영(Freddie Young)으로 바뀌었으며, 편집자도 꾸준히 007 시리즈의 편집을 맡았던 피터 헌트(Peter Hunt)가 빠지고 셀마 코넬(Thelma Connell)로 교체되었다. 피터 헌트는 편집자가 아닌 세컨드 유닛 디렉터로 ‘두 번 산다’ 제작진에 합류했느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가 셀마 코넬의 편집에 불만족해 하면서 편집자의 자리로 다시 되돌아갔다.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와 해리 살츠맨, 프로덕션 디자이너 켄 애덤(Ken Adam), 작곡가 존 배리(John Barry) 등 베테랑 007 팀은 변함없이 ‘두 번 산다’로 돌아왔다.

주제곡 ‘유 온리 리브 트와이스’는 ‘골드핑거(Goldfinger)’ 작사가 레슬리 브리커스(Leslie Bricusse) 작사, 존 배리 작곡이며,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딸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가 불렀다. 낸시 시나트라가 부른 ‘두 번 산다’ 주제곡은 당시 미국 빌보드 탑 100 싱글 챠트 44위에 올랐다.

제임스 본드 역은 변함없이 숀 코네리가 돌아왔다. ‘두 번 산다’는 코네리의 다섯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그러나 코네리는 ‘두 번 산다’를 마지막으로 007 시리즈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리딩 본드걸 아키 역은 일본 여배우 아키코 와카바야시(Akiko Wakabayashi)가 맡았고, 두 번째 리딩 본드걸 키시 역은 역시 일본 여배우 미에 하마(Mie Hama)가 맡았다. 애초엔 아키코 와카바야시가 키시 역을 맡고 미에 하마가 아키 역을 맡을 맡았으나 이후에 역할이 바뀌었다.

‘두 번 산다’는 아시안 여배우가 리딩 본드걸을 맡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아시안 여배우가 단역으로 출연한 적은 있어도 여주인공 급의 본드걸로 출연한 건 ‘두 번 산다’가 처음이다.

또한, ‘두 번 산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촬영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두 번 산다’는 대부분의 씬을 일본에서 촬영했다. ‘두 번 산다’엔 도쿄, 고베 항구, 히메지 성, 큐슈의 기리시마-야쿠 국립공원(Kirishima-Yaku National Park) 등 일본의 여러 관광명소가 등장했다. 또한, 닌자, 사무라이, 수모 경기, 일본 전통 결혼식 등 일본 문화도 소개했다.

스펙터의 화산 지하기지는 기리시마-야쿠 국립공원에서 촬영했다. 지하기지 내부 씬은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두 번 산다’는 범죄조직 스펙터의 리더, 블로펠드의 얼굴이 처음으로 공개된 제임스 본드 영화이다. ‘두 번 산다’는 블로펠드가 메인 악당 역을 맡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기도 하다.

블로펠드 역은 영국 영화배우 도널드 플리센스(Donald Pleasence)가 맡았다. 대머리에 오른쪽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도널드 플리센스의 블로펠드는 007 시리즈에 얼굴을 드러낸 첫 번째 블로펠드의 모습으로 기록되었다.

일본 배우 테츠로 탐바(Tetsuro Tamba)는 본드와 함께 작전을 펼치는 일본 정보부 요원 타이거 타나카 역으로 출연했으며, 테루 시마다(Teru Shimada)는 오사토 기업 대표이자 스펙터 에이전트인 오사토 역을 맡았다. 독일 여배우 카린 도(Karin Dor)는 스펙터 에이전트 헬가 브랜트 역을 맡았으며, 영국 배우 찰스 그레이(Charles Gray)는 일본에서 본드와 접선하는 헨더슨 역으로 출연했다.

MI6 오피스 팀엔 변동이 없었다. 본드의 상관 M 역은 버나드 리(Bernard Lee), 언제나 오피스에서 본드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비서 머니페니 역은 로이스 맥스웰(Lois Maxwell), 본드에게 항상 신출귀몰한 가젯을 제공하는 Q 역은 데스몬드 류웰린(Desmond Llewellyn)이 각각 맡았다.

Q는 ‘썬더볼’에 이어 ‘두 번 산다’에서도 일본으로 이동해 본드에게 여러 가지 가젯을 전달한다. ‘두 번 산다’의 대표적인 가젯은 미니 헬리콥터처럼 생긴 조립식 오토자이로(Autogyro) ‘리틀 넬리(Little Nellie)’.

‘두 번 산다’에 등장한 대표적인 자동차는 토요타 2000 GT. 토요타가 제공한 2000 GT는 원래 지붕이 있는 쿠페였으나 체격이 큰 숀 코네리가 타기에 불편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러자 토요타는 2000 GT의 지붕을 뜯어내 컨버티블로 개조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